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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만든 나일론, 광섬유, 투명 전극에 대해 알아보자

by 아담스미스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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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만든 나일론, 광섬유, 투명 전극에 대해 알아보자 (IBS 뉴스레터 발췌)

역사를 뒤흔든 인류의 대표 소재 셋

실험실 아이디어가 만드는 역사 … ‘의외의’ 소재 기술들

인류의 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하듯이 인류의 역사는 소재의 혁신과 함께 발전해왔다. 근현대 역사 역시 소재와 함께 변해왔다. 가공이 쉽고 강한 강철로 기계설비를 제작하여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며 2차 산업혁명이 발단했고, 산업을 기반에 둔 시장경제가 자리잡게 됐다. 이후,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에 수많은 소자들을 집적시킨 소재 기술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출현시켰고, 3차 산업혁명으로 발전하여 우리를 지식정보 사회에 살게 했다. 이처럼 세상의 중심엔 소재가 있는 셈이다.

 

▲ 모래를 녹인 뒤 불순물과 계면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개의 큰 실리콘 덩어리인 잉곳(왼쪽)으로 성장시켜 웨이퍼(오른쪽)로 제작하는 기술이 현재의 실리콘 시대를 열 수 있게 만들었다. [출처: Flickr]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사람마다 병맥주, 캔맥주 등 선호하는 포장이 다를 것이다. 병맥주는 투명해서 남은 맥주의 양을 파악하기 쉽고 맥주 맛을 본연의 색과 함께 즐길 수 있지만, 무겁고 깨지기 쉽다. 캔맥주는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쉽지만 맥주 색이나 거품을 보기 어렵다. 또, 플라스틱 PET 맥주는 저렴하고 가벼워 대용량 포장 및 이동이 용이하지만 김이 쉽게 빠져 맥주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이처럼 병, 캔, PET는 원자 구조상 차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응용에도 한계가 있다. 소재 기술은 이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다. 가령, 투명한 금속, 깨지지 않는 병, 강한 플라스틱 등 각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구현하는 일이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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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쓴 세 가지 대표 소재: 나일론, 광섬유, 투명 전극

그렇다면 소재는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 주기율표에 등재된 원소의 종류는 118개, 그중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80여종이다. 이를 조합해 소재로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준 대표 소재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나일론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플라스틱은 사실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흙이나 광석에서 추출되는 금속, 세라믹과 달리 원유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중합하여 제조하는 플라스틱의 개발은 인류 생활뿐만 아니라 문화를 변혁시킨 혁명이었다. 20세기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합성섬유인 나일론은 플라스틱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1938년 미국 섬유회사 듀폰이 처음으로 개발한 나일론은 듀폰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준 제품이다. 처음에는 칫솔의 브러쉬 재료로 사용됐다. 이로써 귀족들 뿐 아니라 대중들도 위생적인 구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나일론은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강철처럼 강하고 거미줄처럼 가늘다’라는 스타킹 광고를 내세우며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였다. 1940년 5월16일 나일론 스타킹이 전국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날, 당시 돈으로 1.15달러 하는 스타킹이 첫날 80만 켤레나 판매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군수용으로 전용되기도 했지만, 섬유 외에도 현악기의 줄, 테니스 라켓의 줄, 등반용 밧줄, 낚싯줄, 비행기 타이어, 낙하산, 방탄복 등 수많은 곳에 응용되며 인류의 생활을 바꿨다.

나일론을 개발한 윌리스 캐러더스 박사는 순수 연구만 하도록 해준다는 보장을 받고 1928년 듀폰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듀폰은 순수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캐러더스 박사처럼 유능한 과학자들을 유치했고, 그 결과 나일론 등 많은 합성수지 제품들을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범용 플라스틱 및 고성능 고분자 소재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후일담이지만 정작 발명자인 캐러더스 박사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나일론의 상용화도 보지 못하고 1937년 자살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노벨상 수상자를 안타깝게 잃은 것이다. 순수 과학을 추구하던 과학자와 제품 개발을 추구하는 기업이 적절히 융합되어 세기의 발명품을 개발한 모범적인 사례를 남겼다.

 

 

나일론과 함께 인류의 생활을 바꾼 대표적인 소재에는 광섬유가 있다. 현대 고속통신의 발단이 된 광통신은 저손실 광섬유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유리로 된 광섬유가 등장했지만, 초창기의 광섬유는 1km 당 손실이 무려 1000dB(데시벨)에 달했다. 이는 신호가 광섬유에 따라 거의 전송되지 못하는 것으로, 사실상 장거리 통신용으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했다.

1966년 영국 스탠더드통신연구소의 찰스 가오 박사와 죠지 호크햄 박사는 석영 유리의 불순물을 제거하면 약 20dB/km의 전송손실을 갖는 광섬유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2009년 호크햄 박사의 사망으로 인해 가오 박사만 단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이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석영 유리의 굴절율을 제어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광섬유를 파이프 형태로 만드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었다.

이후 세계 각국의 통신용 광섬유 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1970년 미국 코닝이 실제로 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저손실 광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로버크 마우러, 피터 슐츠, 도날드 켁 박사는 광섬유를 개발한 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 미국 AT&T 벨연구소와 코닝, 영국 통신연구소(BTRL), 일본전기(NTT)는 기체를 이용해 각기 다른 제조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인류가 꿈꾸던 고속 광통신이 가능해졌고, 이를 토대로 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며 세상이 바뀌었다.

 

 

한편, 함께하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스마트폰’의 발전 역시 소재 개발 덕분이다. 모바일 혁명을 이끈 애플의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전화, 음악플레이어, 카메라, 인터넷 통신이 결합된 스마트기기로 모든 일을 손안에서 처리하도록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아이폰의 최고 하드웨어 혁신은 무엇일까?

스티브잡스가 애플 맥킨토시 컴퓨터에서 윈도우에 해당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를 적용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PC 혁명을 가져왔다면, 아이폰에서는 손가락의 터치만으로 스마트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터치스크린이 모바일 혁명의 주역일 것이다. 터치스크린은 손가락 접촉에 의해 디스플레이 위의 전극 사이의 저항이나 정전용량 변화를 감지하여 신호를 입력하는 장치다.

터치스크린의 핵심 소재는 디스플레이 위에 놓인 전기가 통하는 전극막이다. 보통 전극재료는 금속인데 불투명한 금속은 디스플레이 위에 놓일 수 없기에 투명한 전극 소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투명할 수 있는 세라믹 소재 중에서 원자 결함에 의해 전기가 흐르는 전도 소재들이 있다. 이 중에서 인듐산화물(In2O3)에 수% 산화주석(SnO)을 첨가하면 더욱 전도성을 높인 ITO(Indium Tin Oxide) 막이 투명전극 소재로 사용된다. 전도성이 높고 투명한 ITO소재의 개발 없이는 고감도 터치스크린이 구현될 수 없고 아이폰 모바일 혁명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오늘 소개한 소재들은 과학자들의 기초과학 연구가 오랜 시간 축적되며 탄생했고, 결과적으로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현존 기술의 한계와 불편함을 극복한 새로운 소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과서적 지식을 탈피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여러 국제학술지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소재 기술들이 왕왕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 3월 4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보고한 연구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실리콘 잉곳처럼 고순도 실리콘을 큰 덩어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결정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정화는 일종의 씨앗 역할인 핵이 점점 성장하고, 서로 뭉쳐지면서 큰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작은 결정이 여러 개 만들어지며 큰 결정을 제작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상황에 따라서 이 정설이 틀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IBS 연구진은 이온성 고분자가 녹아있는 용액에서 결정을 성장시켰는데, 용액에 충격을 주어 소용돌이를 만들자 오히려 결정화가 10배 이상 빨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결정화는 만들고자 하는 물질만 남기고 용매를 제거하는 과정인데, 이온성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이 흔들리면 뭉쳤던 고분자가 펴지며 용매를 더 잘 흡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편, 소재의 결함으로 여겼던 ‘틈’을 신소재 개발의 전략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작은 결정 알갱이 여러 개가 뭉쳐서 이루는 다결정 형태다. 크기가 제각각인 결정 알갱이가 뭉치는 과정에서 알갱이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생긴다. 강철 알갱이 속 미세한 틈, 즉 ‘경계결함’은 소재의 강도를 떨어뜨리는 등 약점으로 여겨졌다. 반면 배터리 전극소재의 경계결함은 소재의 이온전도도를 향상시키는 것처럼 때론 장점이 되기도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이 점에 착안해 경계 결합을 규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기술을 개발했다. 소재의 성능을 좋게 혹은 나쁘게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를 조절하게 되면, 소재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1월 16일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IBS 연구진은 나노입자 내에 결정 알갱이들을 규칙적으로 배열시켜 균일한 패턴을 갖는 경계결함을 갖게 하였다. 이때 결정 알갱이의 개수를 조절하면 경계결함의 밀도와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 소재의 단점으로 여기는 결정결함을 오히려 밀도를 높여서 결정결함이 주는 독특한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수소연료전지의 촉매로 사용해본 결과 촉매활성이 증가하여 전지의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소재 내의 결함구조는 소재의 성능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인 만큼, 이번에 개발된 경계결함 조절 나노입자 합성기술은 소재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묘수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반도체, 배터리, 연료전지, 태양전지, 촉매, 센서, 바이오 등에 상용되는 다양한 소재들의 성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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