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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더위를 어디까지 견딜까

by 아담스미스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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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더위를 어디까지 견딜까

지난해  6월말 북미 서부 일대를 강타한 폭염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6월 27일 온도 데이터로 폭염이 심한 곳은 평년(2014~2020년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기후 변화 속도와 여러 생리적 제한을 놓고 볼 때, 사람 생리가 지금의 한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딜 만큼 진화할 것 같지는 않다." - 카밀로 모라 외,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투고한 논문에서

지난해 5월  말 캐나다 리턴란 곳의 온도가 49.5도까지 치솟았다는 외신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캐나다의 여름은 한반도보다 덜 더울 텐데 39.6도면 모를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방송 사고는 아니고 실제 북미 서부 캐나다와 미국 접경지를 중심으로 열돔현상이 일어난 결과다.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돔의 지붕처럼 아래 지표의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미국 남서부의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 유입 등 여러 우연이 합쳐져 이처럼 극단적인 고온이 됐다. 따라서 몇몇 과학자들은 이번 북미 서부 폭염이 천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미 서부 폭염으로 캐나다에서 최소 645명, 미국에서 최소 208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낮에 40도가 넘는 폭염이라지만 습도가 낮아 밤에는 온도가 꽤 떨어지고 지속 기간도 1주일을 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수다. 이 지역의 냉방 인프라가 부실한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평년 여름은 우리나라 장마철 이전 초여름 날씨라 에어컨이 없는 집이 더 많다.

지난주 초 서울에서 첫 열대야가 발생한 걸 신호로 올여름 폭염이 시작됐다. 그래도 지난주는 견딜 만했는데 이번 주는 30도대 후반까지 올라갈 거라는 예보다. 우리나라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여름이 재현될 거라는 말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8월 말까지 무더위에 시달려야 한다는 말인데 걱정이다.

○ 습도가 중요한 변수

학술지 ‘랜싯 지구 건강’ 6월호에는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고온 경계’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 지역과 빈도, 지속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리적 관점의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사람뿐 아니라 같은 정온동물인 포유류와 조류 모두 지구촌의 폭염 증가로 생존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한편 식물은 종에 따라 폭염의 영향력이 큰 차이를 보인다.

정온동물은 말 그대로 심부 체온을 좁은 범위 안에서 유지해야 한다. 열역학의 관점에서 체온과 주변 온도가 같으면 열적 평형을 이룰 것 같지만 주위가 36도면 꽤 덥게 느껴진다. 대사활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온도 기울기가 낮아 몸 밖으로 흩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옷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0~25도가 쉬고 있을 때 쾌적한 '열적 평형 온도'인 이유다. 옷을 벗고 있어도 30도가 넘어가면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번 북미 서부 폭염처럼 40도가 넘으면 오히려 열이 들어온다. 이런 상황이 되면 우리 몸은 두 번째 전략을 쓴다. 바로 땀을 분비하는 것이다.

피부로 나온 땀이 증발할 때 기화열을 빼가면서 체온이 내려간다. 물은 기화열이 큰 분자로 40도에서 1몰당 4만3000줄(J)에 이른다. 물(H2O) 1몰은 18g이다. 체온을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1g 당 3.6J이므로 대략 땀 100g을 분비해 기화시키면 체온을 1도 낮출 수 있다. 여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린다. 어찌 보면 우리 몸은 개방형 냉장고(36도로 유지하는)와 흡사하다. 냉매(땀)가 기화해 흩어지면 컴프레서로 응축해 다시 쓰는 대신 물을 마셔 새 냉매를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습도다. 습도가 낮으면 땀이 올라오자마자 증발해 위의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때 우리는 땀을 흘리는지도 잘 모른다. 사막에서 경험하는 현상이다. 반면 습도가 높으면 공기에서 피부의 땀방울로 응결하는 물분자(이때 기화열만큼의 열이 더해진다)가 땀방울에서 증발하는 물분자를 상쇄한다. 피부에서는 계속 땀을 분비하므로 땀방울이 커져 액체 상태로 흘러내린다. 땀의 기화열로 인한 냉각 효율이 뚝 떨어진다는 말이다. 습할수록 선풍기 바람이 미지근한 것도 같은 이유다.

따라서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온도의 상한은 습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논문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국제생기상학학회에서 만든 건강기후지수(UTCI)다. 온도와 습도, 풍속, 일조량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쾌적함을 느끼는 범위와 약간, 강한, 아주 강한, 치명적인 같은 네 단계 더위 스트레스 범위를 산출했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쾌적함을 느끼는 범위와 네 단계(약간의, 강한, 아주 강한, 치명적인) 더위 스트레스 경계선을 보여주는 건강기후지수(UTCI) 그래프다. 파란색과 녹색 타원은 쾌적함을 느끼는 범위다. 파란선은 약간의 스트레스, 녹색선은 강한 스트레스, 노란선은 아주 강한 스트레스, 빨간선은 치명적인 스트레스의 경계선이다. 중간의 검은 점선은 783건의 폭염 데이터를 분석해 나온 치명적 온도 경계로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음을 알 수 있다. ‘랜싯 지구 건강’ 제공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17~24도에서 쾌적하다고 느낀다. 봄가을을 떠올리면 수긍이 가는 범위다. 약간 덥다는 느낌이 드는 온도는 습도가 낮을 때가 27도, 습도가 높을 때가 23도 내외다. 습도가 중간일 때 32도를 넘어가면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36도를 넘어가면 아주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40도가 넘어가면 더위로 죽을 수도 있다.

막상 그래프를 보면 습도의 영향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진다. 건강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조건 변화에 따른 각종 생리적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 결과라서 그럴까. 다만 스트레스 단계가 올라갈수록 습도의 영향이 약간씩 더 커지기는 한다. 치명적인 스트레스의 경우 습도에 따라 온도 차이가 꽤 난다.

그런데 도표에 습도에 꽤 민감한 점선 그래프가 보인다. 알고 보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데이터를 종합해 산출한 ‘치명적 온도 경계’ 곡선이다. 이에 따르면 습도가 아주 높을 경우 32도만 넘어도 치명적인 결과가 날 수 있고 습도가 극단적으로 낮으면 50도에서야 치명적인 온도가 된다.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라서 그런지 이쪽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저자들은 더위로 죽는 사람 대다수가 5세 미만 아이나 노인,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인 UTCI에서는 2단계인 강한 스트레스 수준의 온도라도 습도가 높을 때는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온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데이터는 지난 2017년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실린 논문에 나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1980년부터 2014년까지 36개 나라 164개 도시에서 발생한 783건의 폭염과 그에 따른 사망자 발생 상황을 분석해 이런 그래프를 얻었다. 논문에 따르면 2000년(1995~2005년 평균) 이미 육지 면적의 13%와 세계 인구의 31%가 1년에 20일 이상 치명적인 폭염 상태에 놓여있다.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포함돼 있지 않다.

○ 저위도 지역은 살기 어려워져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 폭은 저위도가 중위도보다 작지만 치명적 온도에 놓이는 날은 급격히 늘어난다. 사시사철 여름 날씨로 이미 경계선에 가까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위 왼쪽은 자카르타(남위 6도)의 2000년(1995~2005년 평균) 기온 분포로 치명적 온도에 놓인 날이 11일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성공적인 경우(0.9도 상승)에도 치명적 온도에 놓인 날이 117일로 급증한다. 중간 시나리오(1.7도 상승)에서는 274일, 최악의 시나리오(3.8도 상승)에서는 1년 내내 치명적인 온도다. 아래는 뉴욕(북위 40도)으로 온도 상승 폭은 더 크지만 치명적 온도인 날이 극단적으로 늘지는 않는다. ‘네이처 기후 변화’ 제공

문제는 앞으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파리기후협약에 가깝게 온도상승을 최소화한 경우조차 열대나 아열대 지역은 상황이 심각하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치명적인 폭염 상태인 날이 2000년 1년에 11일에서 2100년 117일로 급증한다. 이미 경계에 가까이 있다 보니 평균온도가 불과 0.9도 오름에도 이런 차이가 난다. 한편 뉴욕은 치명적인 폭염 상태인 날이 2일에서 9일로 늘어난다. 평균온도 상승폭이 1.6도로 더 큼에도 경계선에 있는 날은 여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자제하지 못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자카르타는 2100년 평균온도가 3.8도 올라가며 1년 365일 내내 치명적인 폭염 상태에 놓인다. 사람이 살기에 무척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말이다. 뉴욕도 5.5도가 오르며 1년에 50일을 치명적인 폭염에 시달린다. 서울은 뉴욕보다 좀 더 심각한 상태일 것이다.

2018년 여름 온열질환으로 48명이 사망했다. 이는 사인이 확실한 경우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폭염이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사망자가 늘지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되지는 않는다.

올여름 더위가 2018년 수준이라면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저소득층 노약자들이 더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자칫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도 모르겠다. 본격적인 무더위는 맛만 본 상태이지만 이미 여섯 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이번 주는 낮 최고온도가 30도 후반대까지 올라갈 거라고 한다. 만에 하나 40도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블랙아웃까지 일어난다면 북미 서부 폭염의 피해가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

운 좋게 올여름을 넘기더라도 이제는 거의 매해 여름 폭염을 걱정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응책은 에어컨 가동이지만 벌써 예비전력이 위험 수위라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에 에어컨을 돌아가며 끄라는 지침을 내렸다.

안정적인 냉방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 능력을 늘려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확대로는 원전 감소분을 메꾸기도 벅차므로 화력발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실제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은 지난해보다 21%나 늘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야 하고 정부는 그렇게 하겠다고 세계에 약속한 상태다. 에어컨 가동이 쾌적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화학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진퇴양난(進退兩難)’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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