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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액체 동그라미, 우주에선 가능하지…그렇다면 렌즈도?
‘액체 렌즈’ 활용한 신개념 우주망원경 개발 초읽기[
2013년 미국의 우주비행사 캐런 나이버그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지구에서와는 달리 꽤 큰 크기에도 물방울은 구형을 유지한다. 이달 또 다른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올라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우주망원경에 장착할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선 중력 미세…어떤 액체든
크기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 유지
현재 100배 크기의 망원경도 가능
NASA, 작년 지구서 기초실험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제작 성공
이달 중 우주서 직접 별 관측 나서
재료는 인조 손톱에 쓰는 ‘폴리머’
거대하고 투명한 물체가 우주에 두둥실 떠 있다. 겉모습은 영락없이 동그란 돋보기나 물방울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우주정거장처럼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내보낸 어떤 물체와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다.
이 이상한 형상은 향후 우주망원경에 들어갈 핵심 부품인 ‘액체 렌즈’의 상상도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우주망원경의 렌즈는 광물 같은 고체로 만들었다. 딱딱한 고체 렌즈는 우주선에 싣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작정 넓고 크게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액체 렌즈는 다르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크기는 물론 모양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상상 속에만 있던 이런 액체 렌즈를 실용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시작된다. 지구 밖에서 크기를 한껏 키운 액체 렌즈를 우주망원경에 끼우는 게 정말 가능한지 검증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가 좋다면 앞으로 인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더욱 먼 별을 또렷하게 관찰할 방법을 얻게 된다.
■ 우주서 확 변하는 ‘중력’ 이용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테크니온 이스라엘공대 소속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동그란 공 모양으로 만든 액체를 렌즈처럼 사용해 별을 관측하는 기술을 우주에서 이달 실험할 것이라고 지난 2일(미국시간) 밝혔다. 이번 실험은 민간 우주기업인 액시옴 스페이스 소속 우주비행사 4명이 고도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에 진입해 시행할 예정이다.
실험의 개념은 간단하다. ‘표면장력’ 때문에 액체가 동그란 구형이 되는 현상을 이용해 우주에서 별빛을 모으는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액체의 고유한 특성인 표면장력이 우주에서는 지구와 딴판으로 나타나서다. 대표적인 액체인 물은 강한 중력이 있는 지구 표면에서 완벽한 구형을 띠려면 방울 크기가 2㎜ 이하여야 한다. 덩치가 더 커지면 구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진다. 지구의 중력이 만든 무게 때문이다.
우주에선 다르다. 중력이 약한 상황, 즉 ‘미세 중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물을 포함한 어떤 액체이든 크기와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을 띤다. 초대형 액체 공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뜻인데, 이를 우주망원경의 렌즈로 쓰면 멀리서 날아드는 별빛을 한데 모으기에 안성맞춤이다.
NASA 에드워드 밸러밴 연구원은 기관 공식 자료를 통해 “기존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계는 현재 우주망원경보다 100배가 넘는 덩치의 새로운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관측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액체로 구성된 대형 렌즈를 지닌 우주망원경이 지구 밖에 떠 있는 상상도. 우주에선 중력이 적기 때문에 액체는 크기가 커져도 찌그러진 부위 없이 동그란 모양새를 유지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액체 렌즈를 쓰면 기존보다 훨씬 거대한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멀리 떨어진 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렌즈 소재는 ‘인조손톱’ 재료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기초 실험을 지구에서 했다. 비행기를 빠르게 상승 또는 하강시켜 인위적으로 지구의 중력을 뚝 떨어뜨리는 환경을 만든 뒤 기내에서 액체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살핀 것이다. 연구진은 비행기를 타고 한 번에 15~20초씩, 모두 50번에 걸쳐 이런 미세 중력을 만들었는데, 자동차에 넣는 오일과 비슷한 기름을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 크기쯤 되는 원형 틀 안에 밀어넣고 액체 렌즈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더 많은 액체를 우주로 가져간다면 원하는 형태로 커다란 렌즈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결과다. ISS에서 액시옴 스페이스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시행할 실험까지 성공한다면 향후 액체 렌즈를 쓰는 대형 우주망원경의 탄생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연구진은 우주망원경에서 운영할 액체 렌즈의 재료로 ‘폴리머’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접착제나 인조 손톱의 재료로 많이 쓰는 화합물이다. 폴리머는 표면의 품질이 뛰어나고, 광택도 좋다.
연구팀의 모란 베르코비치 테크니온 이스라엘공대 교수는 “액체 렌즈에선 렌즈 표면을 곱게 가는 ‘연마’ 같은 기계적인 공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고체 렌즈에서 연마는 망원경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하면서 예민한 작업이다.
향후 액체 렌즈를 중심으로 천체 관측기술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학계의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미국의 우주비행사 캐런 나이버그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지구에서와는 달리 꽤 큰 크기에도 물방울은 구형을 유지한다. 이달 또 다른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올라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우주망원경에 장착할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선 중력 미세…어떤 액체든
크기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 유지
현재 100배 크기의 망원경도 가능
NASA, 작년 지구서 기초실험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제작 성공
이달 중 우주서 직접 별 관측 나서
재료는 인조 손톱에 쓰는 ‘폴리머’
거대하고 투명한 물체가 우주에 두둥실 떠 있다. 겉모습은 영락없이 동그란 돋보기나 물방울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우주정거장처럼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내보낸 어떤 물체와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다.
이 이상한 형상은 향후 우주망원경에 들어갈 핵심 부품인 ‘액체 렌즈’의 상상도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우주망원경의 렌즈는 광물 같은 고체로 만들었다. 딱딱한 고체 렌즈는 우주선에 싣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작정 넓고 크게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액체 렌즈는 다르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크기는 물론 모양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상상 속에만 있던 이런 액체 렌즈를 실용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시작된다. 지구 밖에서 크기를 한껏 키운 액체 렌즈를 우주망원경에 끼우는 게 정말 가능한지 검증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가 좋다면 앞으로 인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더욱 먼 별을 또렷하게 관찰할 방법을 얻게 된다.
■ 우주서 확 변하는 ‘중력’ 이용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테크니온 이스라엘공대 소속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동그란 공 모양으로 만든 액체를 렌즈처럼 사용해 별을 관측하는 기술을 우주에서 이달 실험할 것이라고 지난 2일(미국시간) 밝혔다. 이번 실험은 민간 우주기업인 액시옴 스페이스 소속 우주비행사 4명이 고도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에 진입해 시행할 예정이다.
실험의 개념은 간단하다. ‘표면장력’ 때문에 액체가 동그란 구형이 되는 현상을 이용해 우주에서 별빛을 모으는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액체의 고유한 특성인 표면장력이 우주에서는 지구와 딴판으로 나타나서다. 대표적인 액체인 물은 강한 중력이 있는 지구 표면에서 완벽한 구형을 띠려면 방울 크기가 2㎜ 이하여야 한다. 덩치가 더 커지면 구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진다. 지구의 중력이 만든 무게 때문이다.
우주에선 다르다. 중력이 약한 상황, 즉 ‘미세 중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물을 포함한 어떤 액체이든 크기와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을 띤다. 초대형 액체 공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뜻인데, 이를 우주망원경의 렌즈로 쓰면 멀리서 날아드는 별빛을 한데 모으기에 안성맞춤이다.
NASA 에드워드 밸러밴 연구원은 기관 공식 자료를 통해 “기존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계는 현재 우주망원경보다 100배가 넘는 덩치의 새로운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관측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액체로 구성된 대형 렌즈를 지닌 우주망원경이 지구 밖에 떠 있는 상상도. 우주에선 중력이 적기 때문에 액체는 크기가 커져도 찌그러진 부위 없이 동그란 모양새를 유지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액체 렌즈를 쓰면 기존보다 훨씬 거대한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멀리 떨어진 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렌즈 소재는 ‘인조손톱’ 재료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기초 실험을 지구에서 했다. 비행기를 빠르게 상승 또는 하강시켜 인위적으로 지구의 중력을 뚝 떨어뜨리는 환경을 만든 뒤 기내에서 액체 렌즈를 만들 수 있는지 살핀 것이다. 연구진은 비행기를 타고 한 번에 15~20초씩, 모두 50번에 걸쳐 이런 미세 중력을 만들었는데, 자동차에 넣는 오일과 비슷한 기름을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 크기쯤 되는 원형 틀 안에 밀어넣고 액체 렌즈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더 많은 액체를 우주로 가져간다면 원하는 형태로 커다란 렌즈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결과다. ISS에서 액시옴 스페이스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시행할 실험까지 성공한다면 향후 액체 렌즈를 쓰는 대형 우주망원경의 탄생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연구진은 우주망원경에서 운영할 액체 렌즈의 재료로 ‘폴리머’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접착제나 인조 손톱의 재료로 많이 쓰는 화합물이다. 폴리머는 표면의 품질이 뛰어나고, 광택도 좋다.
연구팀의 모란 베르코비치 테크니온 이스라엘공대 교수는 “액체 렌즈에선 렌즈 표면을 곱게 가는 ‘연마’ 같은 기계적인 공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고체 렌즈에서 연마는 망원경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하면서 예민한 작업이다.
향후 액체 렌즈를 중심으로 천체 관측기술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학계의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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